베일에 싸인 조력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파헤치기: 데이터 뒤에 숨은 의사 결정의 마법사

베일에 싸인 조력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파헤치기: 데이터 뒤에 숨은 의사 결정의 마법사

혹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팔란티르'라는 수정 구슬을 기억하시나요? 멀리 떨어진 곳의 상황을 보여주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는 신비로운 물건이죠. 오늘 이야기할 기업은 마치 팔란티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의사 결정을 돕지만, 정작 자신은 베일에 가려진 회사, 바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입니다. 페이팔 마피아 출신 피터 틸이 설립하고 CIA의 투자까지 받은, 시가총액 80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죠.

 

1. 팔란티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팔란티어는 2003년,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는 페이팔에서 사용하던 금융 사기 탐지 기술을 대테러 방지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2001년 9.11 테러 이후, 팔란티어는 알렉스 카프(현 CEO)를 비롯한 스탠포드 출신 인재들과 함께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팔란티어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가 CIA의 벤처 캐피탈인 인큐텔(In-Q-Tel)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큐텔은 미국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민간 기술에 투자하는 기관이죠. 팔란티어는 인큐텔의 투자를 받아 미국 정부의 대테러 작전을 돕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는 팔란티어의 핵심 제품인 '고담(Gotham)'과 '파운드리(Foundry)'로 이어지게 됩니다.

 

2. 팔란티어의 두 얼굴: 고담과 파운드리

 

팔란티어의 주요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팔란티어 고담(Palantir Gotham): 주로 정부 기관, 특히 정보 및 국방 분야에서 사용되는 정보 시스템입니다.
• 팔란티어 파운드리(Palantir Foundry): 기업 고객을 위한 상업용 시스템으로, 데이터 통합 및 분석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두 시스템의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여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센서와 앱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여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죠.

 

3. 팔란티어의 특별한 능력: 온톨로지(Ontology)

 

팔란티어 시스템의 차별점은 바로 온톨로지에 있습니다. 온톨로지는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계좌', '금융 상품'과 같은 데이터 객체들을 분류하고, 각 객체 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데이터를 단순히 숫자의 나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가진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여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팔란티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온톨로지, 왜 중요할까요?

 

온톨로지를 통해 팔란티어는 데이터가 속한 세상과 문제에 따라 그 의미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은행 계좌를 예로 들어볼까요? 단순히 계좌 정보만으로는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계좌의 흐름을 파악하면 범죄 수익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은행 시스템이 미리 정의된 몇 가지 케이스에만 맞춰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팔란티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의 의미를 정의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5. 의사 결정의 조력자: 목적 기반 액세스 제어(Purpose-Based Access Control)

 

팔란티어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죠.

 

이를 위해 팔란티어는 목적 기반 액세스 제어(Purpose-Based Access Control)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데이터에 접근하려는 사용자는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데이터 거버넌스 팀의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 결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6. 인공지능(AI)과의 만남: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2023년, 팔란티어는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라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팔란티어 AIP는 사용자가 자연어(예: 한국어)로 요청하면, AI가 온톨로지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탐색하여 원하는 결과를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줘"와 같은 요청을 입력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구매 패턴을 시각화하거나, 관련 정보를 요약하여 제공하는 것이죠.

 

7. 팔란티어, 앞으로의 전망은?

 

팔란티어 AIP는 데이터 분석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사용자가 더욱 쉽고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팔란티어 AIP 출시 이후, 상업 부문의 매출 성장률이 정부 부문의 성장률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와 4억 8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부 부문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마치며: 팔란티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팔란티어는 데이터의 힘을 믿고,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기업입니다. 베일에 싸인 기업이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팔란티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데이터의 중요성과 함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줍니다. 앞으로 팔란티어가 어떤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일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해 봅니다.